전략적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2006년 1월 19일 워싱턴 한·미 외무장관 전략 대화가 끝난 뒤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발표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따라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주둔해 있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은 물론 모든 해외 주둔군을 그 사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대응 기동군으로 전환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관계는 지역동맹군으로 성격이 변화되어 가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전쟁에 한국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미국은 오산, 평택, 제주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서남부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면서 소위 서해안 벨트라고 부르는 ‘미사일방어 벨트’를 만들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안보정책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정책이며, 이는 주한미군기지의 물리적 재편을 위한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한반도 주둔 미군의 주둔여건을 변경하는 복무정상화(Tour Nomalization) 정책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21세기 효율적 군사전략이라는 기치 아래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변환전략의 핵심은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통해 군사력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에 신속화, 기동화, 정밀화를 통해 군사력을 효율화해 능력(질적 측면)에서는 더욱 더 향상된 21세기형 군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유사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유연성은 해외 각 지역 미군의 역할과 작전범위를 지역적 지구적으로 확대하고(역할 변경), 이를 위해 미군을 신속기동군체계로 전환하여 부대와 기지를 통합하고 재배치하며, 변화된 미군의 역할과 군사적 기능에 대한 동맹국들의 공동협력체계를 형성(지역동맹화)하는 것 모두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Mational Security Council) 스스로 고백한 표현을 빌리자면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재편의 소프트웨어, 기지 재배치와 군사혁신은 그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셈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주둔 미군이 특정지역에 얽매이는 둔중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 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략으로 대테러 전쟁과 공세적인 선제공격 독트린을 정식화하고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있다.”1)
전략적유연성의 합의 과정
한·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사의 작전반경을 지역적 내지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국방어에서 세계분쟁 개입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시켜 왔다.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 미국의 군사전략이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군사변환에 힘이 실리면서 이러한 논의는 한·미 국방부 간의 합의를 거쳐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전략적 유연성을 처음 제안한 것은 2003년이었다. 2003년의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의 세계적 역할에 공감을 표시하고, 군사변혁과 군사력 증강을 추진한다고 합의를 하면서 “한미연합사의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미국의 군사변혁을 참조하면서 한국 군사력의 발전적 변화를 추진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2)
200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외교 문서 내용을 공개했다. 본격적인 전략적 유연성의 본격적인 협상은 2005년 2월 시작됐다. 2005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후 우리측의 입장이 됐다.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모두 12차례 열렸다. 우리 정부는 ‘원칙에 동의하지만 중국·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도중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386 간 불화설도 새어 나왔고, 2005년 4월에는 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청와대로부터 ‘해명성 조사’를 받기도 했다.3)
2006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동맹파트너십을 위한 전략대화(Strategic Consultation for Allied Partnership)’4)에서 한국의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미 국부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미국의 전쟁에 불가피한 개입에 대해
2006년 1월 19일 전략적 유연성이 합의되었던 제1차 '한미 전략대화'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또는 주한미군)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In the implementation of strategic flexibility, the U.S. respects the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 in a regional conflict in Northeast Asia against the will of the Korean people”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it)은 영어 원문상으로는 분명히 '한국'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으로 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두 가지 해석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에 대한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이해가 각자 다르며, 이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각 부처 및 주요 인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한적 인정
청와대 공식입장 : 전략적 유연성 전면적 인정
반기문 UN 사무총장 : 전략적 유연성 전면적 인정
외교부 공식입장 : 전략적 유연성 전면적 인정
송민순 외교부 장관 : 전략적 유연성 제한적 인정
주요 언론 : 전략적 유연성 제한적 인정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
전략적 유연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첫째,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이 국제적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한미동맹의 성격이 지역동맹화의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미동맹은 어디까지나 한반도내에서 전쟁방지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함으로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최소한 동북아지역으로 확장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서의 성격변화는 동북아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의 패권전략 틀에 공고히 편입됨을 의미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주요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에 한국이 불가피하게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만약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분쟁에 연루될 것이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에 어긋나며, 한국이 미국의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전초기지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될 것이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한국군도 전력 ‘투사’의 대상이 된다는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역할변화’나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를 의미하는 한미동맹 재편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지역동맹화와 함께 대북 공격 동맹 침 대중국 봉쇄 동맹으로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침략동맹화를 의미한다.5)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구축을 위해 평택에 이어 군산, 제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서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있으며, 평택, 군산, 제주를 중심으로 한 평화운동세력은 여전히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미군기지 재편과정에서 기지의 확장과 재배치는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오로지 주민들에게는 보상에 대한 의견수렴만이 보장될 뿐이다.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물리적 폭력이나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현지 주민들 외에는 불순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차단시키고 있다. 이것은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지역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이 계획된 바 없으며 해외 차출 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2009년 3월 아프간 전장 투입을 위해 한국을 떠난 아파치 헬기 대대의 경우 미군측의 차출 통보에 대해 한국이 얻어낸 것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 소속 F-16 전투비행대대가 6개월 때워준 것이었다. 전략적 유연성의 기본 방향은 주둔국의 통제 없이 일방적으로 입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진행 경과
2005.11.17. 노무현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경주에서 정상회담 개최 및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 발표
2006.01.12. 반기문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첫 장관급 전략 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유연성 문제를 합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09.06.16.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된 억지력을 안보공약으로 하는 등 5개항의 '한미동맹을 위한 미래비전'에 합의했다. 미래비전에서 한국군은 한국 방위의 주된 역할을 하고 미군은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양국군의 역할이 조정되었다.
2010.06.16. 2010년 8월 25일자 미 군사전문지 ‘성조지’는 한국 주둔 미육군의 변환계획이 지난 6월 16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주둔 병력을 역내외 분쟁지역으로 빼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포함한 계획이 소리소문없이(quietly) 진행 중이며 2017년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미 육군의 변환계획과 주한미군
2010년 8월 25일 미 군사전문지 ‘성조지에 따르면, 한국 주둔 미육군의 변환계획이 지난 2010년 6월 16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주둔 병력을 역내외 분쟁지역으로 빼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포함한 계획이 진행 중이며 2017년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은 미육군 재편을 통해 미8군을 태평양사령부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는 이제까지 한반도에 국한된 작전을 수행하던 미8군사령부가 태평양사령부 산하 지역, 즉 한반도 외의 지역의 상황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미육군의 순환배치프로그램인 ARFORGEN(Army Force Generation)에 미8군 부대들이 참가하게 된다는 것은 주한미군기지가 미군들의 휴식처, 훈련장으로 공식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2004년부터 검토돼온 ARFORGEN은 2006년 미국 육군장관의 승인을 받아 실행되고 있으며, 여단 중심의 모듈화된 원정군 구조 아래 준비되고 훈련된 부대를 전투사령부에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자기 충전-임무에 따른 훈련-임무 수행’, 세 단계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임무수행과 나머지 기간의 비율을 1:2로 나누어 주기적으로 운영된다. 3년을 기본 주기로 할 때 1년 임무수행, 2년 훈련과 자기 충전 시간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함께 봐야하는 다른 정책들
복무정상화(Tour Nomalization)
기지이전사업(Land Partnership Plan & Yongsan Relocation Plan)
미육군의 순환배치프로그램(ARFORGEN) - How the Army decides who deploys
미군 순환배치 및 군사전략의 변화
"유럽주둔 미공군 F-16 첫 군산 배치", 연합뉴스, 2007-06-14
"미 F-16 전투기 20여 대 군산 순환 배치", YTN, 2008-01-11
美, '아파치' 대체전력으로 F-16 한국 배치, 연합뉴스, 2009-09-13
美 F-15E 전투기 군산 비행장에 배치, 연합뉴스, 2009-08-02
미 공군, F-16C 전투기 군산 공군기지 배치, 연합뉴스, 2011-10-11
美공군, F-15E 12대 3년만에 평택 재배치, 동아일보, 2014-08-02
"美日 합동군사훈련에 韓 첫 참가", 연합뉴스, 2010-12-02
"주한미군, 장병 500명 필리핀훈련 파견", 중앙일보, 2011-03-19
"주한미군 150명, 美-日 연합훈련 첫 파견", 동아일보, 2012-1-21
한미일 해군, 21~22일 연합 해상훈련, 뉴시스, 2012-06-14
"한반도 재배치 美 화학부대 깃발 9년 만에 게양", 연합뉴스, 2013-03-31
"미군 공격정찰헬기 부산 도착…평택기지 배치", 연합뉴스, 13-10-10
"한강이북 미군 일부 잔류·한미연합사단 창설 검토", 연합뉴스, 13-11-25
미국, 1월 중 F-16 12대·병력 300여명 한국 배치, 한국일보, 2014-01-13
"주한미군, MRAP 80대 이상 한국 배치 추진", 코리아헤럴드, 2014-01-22
"순환배치 美본토 기계화대대 29일 한국 도착", 연합뉴스, 2014-01-27
"캠프 스탠리에서 13일 제1-12기병대대 부대기 게양식", 뉴시스 2014-02-05
"美 F-16 전투기 한국 도착…北 방공망 제거 훈련 진행", 채널A, 2014-02-07
"美2사단 포병여단 계획대로 평택 이전", 문화일보, 2014-03-11
“주한미군 가족동반허용으로 한국 ‘비전투지역’ 분류” NY 타임스, 뉴시스, 2008-06-04
美국방부 보고서, 주한미군 해외배치 명문화, 노컷뉴스, 2010-02-02
美 8군 "해외훈련 참여횟수 많아질 것", 연합뉴스, 2011-04-20
"美日 연합훈련…주한미군 전략 유연성 본격화?", KBS, 2012-02-02
바깥 보기
외교부 전략적 유연성 설명자료, 2006-01-22
"미8군, 필요하면 언제든 해외로 빼간다?", 민중의소리, 2010-09-16
"한.미, 03년 전략적유연성 외교각서 교환", 통일뉴스, 2006-02-02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 철수'다", 프레시안, 2009-12-15
"'전략적 유연성' 논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2010-01-19
"주한미군, 한국군 모르게 비밀작전 수행", 오마이뉴스, 2010-02-23
"노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 누가 거짓말 하나", 오마이뉴스, 2006-12-28
"한반도 전쟁억지 안전판서 아시아 지역군 역할 부상", 국민일보, 2013-09-30
1) 배성인, 『전략적 유연성』, 메이데이, 2007, 80~81쪽
전략적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2006년 1월 19일 워싱턴 한·미 외무장관 전략 대화가 끝난 뒤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발표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따라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주둔해 있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은 물론 모든 해외 주둔군을 그 사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대응 기동군으로 전환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관계는 지역동맹군으로 성격이 변화되어 가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전쟁에 한국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미국은 오산, 평택, 제주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서남부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면서 소위 서해안 벨트라고 부르는 ‘미사일방어 벨트’를 만들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안보정책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정책이며, 이는 주한미군기지의 물리적 재편을 위한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한반도 주둔 미군의 주둔여건을 변경하는 복무정상화(Tour Nomalization) 정책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21세기 효율적 군사전략이라는 기치 아래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변환전략의 핵심은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통해 군사력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에 신속화, 기동화, 정밀화를 통해 군사력을 효율화해 능력(질적 측면)에서는 더욱 더 향상된 21세기형 군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유사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유연성은 해외 각 지역 미군의 역할과 작전범위를 지역적 지구적으로 확대하고(역할 변경), 이를 위해 미군을 신속기동군체계로 전환하여 부대와 기지를 통합하고 재배치하며, 변화된 미군의 역할과 군사적 기능에 대한 동맹국들의 공동협력체계를 형성(지역동맹화)하는 것 모두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Mational Security Council) 스스로 고백한 표현을 빌리자면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재편의 소프트웨어, 기지 재배치와 군사혁신은 그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셈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주둔 미군이 특정지역에 얽매이는 둔중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 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략으로 대테러 전쟁과 공세적인 선제공격 독트린을 정식화하고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있다.”1)
전략적유연성의 합의 과정
한·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사의 작전반경을 지역적 내지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국방어에서 세계분쟁 개입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시켜 왔다.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 미국의 군사전략이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군사변환에 힘이 실리면서 이러한 논의는 한·미 국방부 간의 합의를 거쳐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전략적 유연성을 처음 제안한 것은 2003년이었다. 2003년의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의 세계적 역할에 공감을 표시하고, 군사변혁과 군사력 증강을 추진한다고 합의를 하면서 “한미연합사의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미국의 군사변혁을 참조하면서 한국 군사력의 발전적 변화를 추진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2)
200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외교 문서 내용을 공개했다. 본격적인 전략적 유연성의 본격적인 협상은 2005년 2월 시작됐다. 2005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후 우리측의 입장이 됐다.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모두 12차례 열렸다. 우리 정부는 ‘원칙에 동의하지만 중국·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도중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386 간 불화설도 새어 나왔고, 2005년 4월에는 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청와대로부터 ‘해명성 조사’를 받기도 했다.3)
2006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동맹파트너십을 위한 전략대화(Strategic Consultation for Allied Partnership)’4)에서 한국의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미 국부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미국의 전쟁에 불가피한 개입에 대해
2006년 1월 19일 전략적 유연성이 합의되었던 제1차 '한미 전략대화'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it)은 영어 원문상으로는 분명히 '한국'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으로 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두 가지 해석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에 대한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이해가 각자 다르며, 이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각 부처 및 주요 인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
전략적 유연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첫째,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이 국제적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한미동맹의 성격이 지역동맹화의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미동맹은 어디까지나 한반도내에서 전쟁방지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함으로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최소한 동북아지역으로 확장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서의 성격변화는 동북아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의 패권전략 틀에 공고히 편입됨을 의미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주요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에 한국이 불가피하게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만약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분쟁에 연루될 것이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에 어긋나며, 한국이 미국의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전초기지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될 것이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한국군도 전력 ‘투사’의 대상이 된다는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역할변화’나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를 의미하는 한미동맹 재편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지역동맹화와 함께 대북 공격 동맹 침 대중국 봉쇄 동맹으로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침략동맹화를 의미한다.5)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구축을 위해 평택에 이어 군산, 제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서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있으며, 평택, 군산, 제주를 중심으로 한 평화운동세력은 여전히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미군기지 재편과정에서 기지의 확장과 재배치는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오로지 주민들에게는 보상에 대한 의견수렴만이 보장될 뿐이다.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물리적 폭력이나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현지 주민들 외에는 불순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차단시키고 있다. 이것은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지역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이 계획된 바 없으며 해외 차출 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2009년 3월 아프간 전장 투입을 위해 한국을 떠난 아파치 헬기 대대의 경우 미군측의 차출 통보에 대해 한국이 얻어낸 것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 소속 F-16 전투비행대대가 6개월 때워준 것이었다. 전략적 유연성의 기본 방향은 주둔국의 통제 없이 일방적으로 입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진행 경과
미 육군의 변환계획과 주한미군
2010년 8월 25일 미 군사전문지 ‘성조지에 따르면, 한국 주둔 미육군의 변환계획이 지난 2010년 6월 16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주둔 병력을 역내외 분쟁지역으로 빼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포함한 계획이 진행 중이며 2017년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은 미육군 재편을 통해 미8군을 태평양사령부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는 이제까지 한반도에 국한된 작전을 수행하던 미8군사령부가 태평양사령부 산하 지역, 즉 한반도 외의 지역의 상황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미육군의 순환배치프로그램인 ARFORGEN(Army Force Generation)에 미8군 부대들이 참가하게 된다는 것은 주한미군기지가 미군들의 휴식처, 훈련장으로 공식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2004년부터 검토돼온 ARFORGEN은 2006년 미국 육군장관의 승인을 받아 실행되고 있으며, 여단 중심의 모듈화된 원정군 구조 아래 준비되고 훈련된 부대를 전투사령부에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자기 충전-임무에 따른 훈련-임무 수행’, 세 단계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임무수행과 나머지 기간의 비율을 1:2로 나누어 주기적으로 운영된다. 3년을 기본 주기로 할 때 1년 임무수행, 2년 훈련과 자기 충전 시간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함께 봐야하는 다른 정책들
복무정상화(Tour Nomalization)
기지이전사업(Land Partnership Plan & Yongsan Relocation Plan)
미육군의 순환배치프로그램(ARFORGEN) - How the Army decides who deploys
미군 순환배치 및 군사전략의 변화
"유럽주둔 미공군 F-16 첫 군산 배치", 연합뉴스, 2007-06-14
"미 F-16 전투기 20여 대 군산 순환 배치", YTN, 2008-01-11
美, '아파치' 대체전력으로 F-16 한국 배치, 연합뉴스, 2009-09-13
美 F-15E 전투기 군산 비행장에 배치, 연합뉴스, 2009-08-02
미 공군, F-16C 전투기 군산 공군기지 배치, 연합뉴스, 2011-10-11
美공군, F-15E 12대 3년만에 평택 재배치, 동아일보, 2014-08-02
"美日 합동군사훈련에 韓 첫 참가", 연합뉴스, 2010-12-02
"주한미군, 장병 500명 필리핀훈련 파견", 중앙일보, 2011-03-19
"주한미군 150명, 美-日 연합훈련 첫 파견", 동아일보, 2012-1-21
한미일 해군, 21~22일 연합 해상훈련, 뉴시스, 2012-06-14
"한반도 재배치 美 화학부대 깃발 9년 만에 게양", 연합뉴스, 2013-03-31
"미군 공격정찰헬기 부산 도착…평택기지 배치", 연합뉴스, 13-10-10
"한강이북 미군 일부 잔류·한미연합사단 창설 검토", 연합뉴스, 13-11-25
미국, 1월 중 F-16 12대·병력 300여명 한국 배치, 한국일보, 2014-01-13
"주한미군, MRAP 80대 이상 한국 배치 추진", 코리아헤럴드, 2014-01-22
"순환배치 美본토 기계화대대 29일 한국 도착", 연합뉴스, 2014-01-27
"캠프 스탠리에서 13일 제1-12기병대대 부대기 게양식", 뉴시스 2014-02-05
"美 F-16 전투기 한국 도착…北 방공망 제거 훈련 진행", 채널A, 2014-02-07
"美2사단 포병여단 계획대로 평택 이전", 문화일보, 2014-03-11
“주한미군 가족동반허용으로 한국 ‘비전투지역’ 분류” NY 타임스, 뉴시스, 2008-06-04
美국방부 보고서, 주한미군 해외배치 명문화, 노컷뉴스, 2010-02-02
美 8군 "해외훈련 참여횟수 많아질 것", 연합뉴스, 2011-04-20
"美日 연합훈련…주한미군 전략 유연성 본격화?", KBS, 2012-02-02
바깥 보기
외교부 전략적 유연성 설명자료, 2006-01-22
"미8군, 필요하면 언제든 해외로 빼간다?", 민중의소리, 2010-09-16
"한.미, 03년 전략적유연성 외교각서 교환", 통일뉴스, 2006-02-02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 철수'다", 프레시안, 2009-12-15
"'전략적 유연성' 논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2010-01-19
"주한미군, 한국군 모르게 비밀작전 수행", 오마이뉴스, 2010-02-23
"노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 누가 거짓말 하나", 오마이뉴스, 2006-12-28
"한반도 전쟁억지 안전판서 아시아 지역군 역할 부상", 국민일보, 2013-09-30